시 모음

그때 그 당신

사라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때 그곳
그때 그 사랑
우리가 나누었던
그곳에
그 사랑에
우리는 계속 살고 있지만
시간에 쓸리여
이곳에 와 있을뿐

그곳과 이곳의 거리는
눈감음 인데
그곳은 꿈이고
이곳은 현실이라 우기는
자들이 미워진다

그때 그곳
당신의 가슴이
지금 이곳
나의마음을 뜨겁게 하는데…

사라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때 그곳
그때 그 사랑
그때 그 당신

*On our 32nd Anniversary – To Jenny my love
“All real living is meeting.” – 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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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웃쯔!
태평양 북서부 에 살던 와카샨 원주민들은 그들의 언어로 하나님과 손자를 모두 ‘콰웃쯔’ 라고 불렀습니다. 어원을 보면 ‘콰’ (현실)과 ‘웃쯔’ (주인)이 복합된 말입니다. 이렇게 ‘하나님’과 ‘손주’를 ‘현실의 주인’이라 부르며 여러 세대가 함께 모여 평화롭게 살았답니다.

현실의 주인님!
손자의 재롱을 바라보며
‘콰웃쯔’! 너는 나의 현실의 주인이야!
그리고 하늘을 향해
저렇게 예쁜 ‘콰웃쯔’를 주신
‘콰웃쯔’님께 모닥연기의 감사제를 올렸겠죠.

어느날 미개인들을 계몽시키겠다며
총들고 들어 닥쳤던 짐승들에게
그들은 동물처럼 죽임을 당하였습니다

원주민들은 피흘리는 손자를 보며 외쳤습니다…
‘콰웃쯔’!

그리고 하늘을 향해 통곡했습니다…

‘콰웃쯔’!
‘콰웃쯔’!
‘콰웃쯔’!

“Mundus Vult Decipi: the world wants to be deceived.” – Sebastian Franck,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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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삶

형, 나 더살고 싶지 안타!
그리고 목놓아 울었다

석환아! 하며
그도 나의 슬픔과 아픔속에 들어와
같이 통곡 하였다

그가 내안에
내가 그 안에…
그리곤 우린
우리 아버지가 되였다

마틴 부버의 ‘I and Thou’의
조금은 부담 스러웠던
철학적 논리가
형의 울음속에서
나에게 깨우침으로 울렸다

내가 나 됨이
홀로서기로는 안된다는 진리도
아버지, 형 그리고 내가 흘린 눈물속에
녹아져 있었다

더불어 삶이
삶이 아닌가?

“The world is not comprehensible, but it is embraceable: through the embracing of one of its beings.”   – 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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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당나귀

나는 대책없이 가난하다
내가 가난한 것이 아닌
가난이 나를 가졌다는 사실이
나를 더 초라하게 한다

절망의 벼랑길을 오를때 보단
희망의 경계를 보며 내려올 때가
더 위험하다

절망이 나를 가지지 않코
희망에게 나의 전부를 맡기지도 않으며
벼랑 안쪽의 길만 을 걸었다

가난에서 해방 되기를
그 지긋 지긋한 가난이
멈추어 달라는
기도 조차도 안했다

자학이 아니 자족
여전히 초라한 나의 삶
남루한 나의 자아상

그러나 나는 그분을 모신
당나귀 이다

벽거울 그리고 지옥

그분만을 바라 본다며
동굴에서 벽을 향해
지낸적이 있다

백육십팔 시간
날짜로는
칠일을
벽을 보며 지냈다

사람이 그리워
마을로 간것을
파계라 하지만

나는 벽이 보기 싫어
파계를 했다
마음처럼
벽뒤의 그분은 보이질 않코
곰팽이 쓴 누룩 누룩한 곳에
거울처럼 내 모습이 비쳐서 였다

나만을 보며 산다는 것은
지옥인 것이다

밖에 나와 하늘을 보자
그분이 활짝 웃어 주셨다

어두운 밤이 였는데도
흰구름이 파란 하늘에 박혀 있는듯 했다

너와 나의
천국의 시작 이였다

“Solitude is the place of purification.” – 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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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중언어

미국어 잘 한다고 했다
뭐야? 나는 영어하고 있는데

영국 사람만 영어하고
미국 사람은
미국어를 한다고 우긴다

그러면
서울 사람은 서울어 하고
전라도 사람은 전라도어
강원도 사람은 강원도어
제주도 사람은 제주도어 한다고 하랴?

언어는
말로 나누면
피곤하고 복잡하다

언어는 얼로 나누어야 된다

얼은?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하지 않코 하는 언어는
이중인격자의 몫이다

봐라
나는 한국말로 시를 쓰고 있지 않냐?

한국말로 시를 쓴다는 것은
한국을 사랑함이 넘쳐나야 가능한 것이다

미국어
영국어
한국어

나는
심중언어로
삼중언어 시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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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현존

1월 창밖의 나무는
옷을 벗었다

여름의 푸른 옷을
울타리 넘어 넘겨주고
고독해 보이지는 않았고
하얀 겨울 코트를 기다리는 듯 했다

태양의 불꽃을 지나온
뿌리들은
언땅을 파고 들어가며
봄을 캐고 있었고

사랑스런 로빈 한쌍이
그 가지에 앉았다 날아 갔다

현존
이 모든 사건과 시간이
현존하고 있다

왔다가 가는것도
있다가 없는것도 아닌
한구루의 나무로
로빈 한쌍으로
가을을 타는
나와
지금
현존 하는 것이다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현존

“He who sees the world in Him stands in His presence.” – M.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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